"거기 어떤 곳이에요?" 후배가 물었을 때 제가 해 준 대답
얼마 전 후배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강남 가라오케라는 곳은 도대체 어떤 곳이냐고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이미지가 전부라서 막연히 겁이 난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때 제가 해 준 말을 정리해 둡니다.
후배가 가장 먼저 걱정한 것은 옷차림이었습니다. 정장을 입어야 하는지, 운동화는 안 되는지 묻더군요. 대부분의 곳에서는 깔끔한 평상복이면 충분하고, 눈에 띄는 건 구두냐 운동화냐보다 단정함입니다. 구겨진 셔츠보다 다림질된 티셔츠가 훨씬 좋은 인상을 줍니다. 옷은 한 단계 단정하게만 입으면 걱정 끝이라고 알려 줬습니다.
우선 큰 틀은 단순합니다. 방 하나를 빌려 일행끼리 노래하고 이야기하고 술이나 음료를 즐기는 공간입니다. 업소마다 서비스 구성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손님이 편하게 머물 수 있도록 방과 시간을 파는 곳이라고 이해하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겁이 날 때는 모르는 것을 하나씩 줄이면 됩니다. 어디서 만날지, 몇 명이 갈지, 얼마나 있을지, 계산은 누가 할지를 미리 정하면 막연한 두려움의 절반은 사라집니다. 나머지 절반은 직접 가 보고 나서야 풀리는데,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두 번째 걱정은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였습니다. 응대하는 직원에게 존댓말을 쓰고, 부탁은 짧게 하고, 필요 없으면 필요 없다고 분명히 말하면 됩니다. 애매하게 웃으며 넘기면 상대는 동의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싫은 것을 부드럽지만 분명하게 말하는 연습은 이런 자리뿐 아니라 어디서든 쓸모가 있습니다. 자세한 정리는 서울 밤 이야기 쪽에 있습니다.
또 하나, 분위기에 휩쓸려 즉석에서 결정하지 않는 습관을 권합니다. 추가 구성이나 연장은 그 자리에서 정하기보다 일행과 한 번 눈을 맞추고 정하는 편이 후회가 적습니다. 어느 자리든 기분이 올라갈 때 선택이 커지기 마련이니까요.
세 번째는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후배는 막차가 끊길까 봐 마음이 급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미리 택시를 부를 위치를 정하고, 같은 방향 동료와 함께 타도록 권했습니다. 끝나는 시각을 먼저 정하면 마음이 급할 일이 사라집니다. 돌아가는 길이 정해진 사람은 노는 동안에도 한결 편안한 얼굴을 합니다.
후배가 나중에 덧붙여 물어본 것은 혼자 먼저 도착했을 때 어떻게 하느냐였습니다. 일행보다 일찍 도착했다면 방으로 먼저 들어가 앉기보다 입구 근처에서 기다리는 쪽을 권했습니다. 예약자가 오지 않은 상태에서는 확인할 것이 많고, 혼자 낯선 방에 앉아 있으면 시간이 유난히 길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휴대폰으로 일행의 도착 예정 시각만 확인해 두면 기다림도 훨씬 가벼워집니다.
그리고 처음과 두 번째의 차이도 말해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방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주변을 살피느라 대화가 반쯤은 허공에 뜹니다. 두 번째에는 어디에 짐을 두고 어떻게 주문하는지 몸이 기억해서, 같은 시간을 훨씬 알차게 씁니다. 그러니 첫 방문에서 어색했다고 해서 나와 안 맞는 곳이라고 결론 내리지는 마시라고 했습니다. 한 번 더 가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일행 중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 있을 때의 상황도 들려줬습니다. 이런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주문을 한꺼번에 하기보다 음료 선택지를 먼저 묻는 편이 좋습니다. 그 사람이 눈치 보며 아무거나 시키게 두지 말고, 처음 주문 때 모두의 메뉴를 한 번씩 확인하는 것만으로 배려가 전해집니다.
후배는 결국 동기 몇 명과 다녀왔고, 생각보다 평범해서 놀랐다고 했습니다. 처음의 막연함은 대개 정보가 없어서 생기는 것입니다. 미리 정하고, 기록을 남기고, 무리하지 않는다면 낯선 곳도 충분히 편안한 자리가 됩니다.